교보문고 사회 정치부문 9위, '대한민국 사회교과서' 서평

‘대한민국 사회교과서’ 서평
미래로 흐르는 대한민국 사회교과서
‘선생님, 저는 어차피 이번생엔 글렀어요. 왜냐면 저는 흙수저거든요’
‘어쨌든 대한민국에선 부모를 잘 만나야죠. 헬조선에서 전 애 안낳을거예요’
세계 최고 수준의 K급식을 무상으로 먹으며, 교복과 학비 걱정없이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심심치 않게 푸념처럼, 농담처럼 던지는 말들이다.
언론에서 보고 듣는 암울한 뉴스들을 그대로 읊어대는 우리 아이들의 맥빠지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당혹스러움이 몰려온다.
그럴 때마다 ‘너희들은 대한민국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숱한 신기록들이 많았는지 아니? 그리고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는지 아니?” 하는 말이 입안에 맴돌지만 한번 운을 떼고 시작하면, 나는 분명 꼰대소리를 들을 것이고, 끝내기도 쉽지 않아 지레 포기하게 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금껏 무얼 가르쳤는가?
아이들의 이런 자조와 푸념은 결코 뉴스 탓만이 아니다. 우리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보는 지금의 역사, 사회 교과서를 보면 비관적이고 음울해진다. 아마 교과서들을 비교 분석해본다면 크게 네 가지에 충격과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첫째, 일제식민치하에서 활개친 친일파들이 처벌받지 않고, 아직도 기득권으로 득세한 나라고, 둘째, 북한과 끊임없이 민족갈등을 겪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셋째, 친일파들이 정권을 잡고, 4.3사태와 그 이후 광주사태 등 수많은 양민학살과 숙청을 한 비극적인 나라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대기업들의 횡포 아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있는 흙수저들의 나라다.”
물론 그런 부분들이 전혀 없었다라고 할 수 없다지만 적어도 교과서는 공정한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사회과, 역사과의 검인정 교과서들의 특징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특정한 사건을, 특정 관점으로만 생각하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 사회의 민족주체 정신, 통일에 관한한 한민족 정신을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그 뒤에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실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서술이 거의 없다.
소수자들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어디까지나 다수 대중의 권익과 질서를 지켜주는 범위 안에서라는 개념은 언급되지 않는다.
노동인권교육에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숱하게 강조하지만 기업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기업가들의 도전과 혁신의 정신은 강조하지 않는다.
또한 역사해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김일성을 민족 주체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인물처럼 묘사하지를 않나?
6.25 전쟁에 관한한 그의 전범 책임과 공산주의 세력과의 결탁은 충분한 서술은 왜 없는 것인가?
노근리 학살사건은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6.25에서 미국과 유엔이 참전 피해와 희생은 왜 충분히 강조되지 않고 있는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가 조지오웰이 1984에서 남긴 중요한 교훈이 아니었던가?
같은 사건과 개념일지라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두고 사회교육학계에서 치열한 이념전이 있었을 것이다.
작금의 교과서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역사학계, 사회학계는 분명 대한민국의 건국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하고, 부정하고 싶어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에게 지배권을 내어준 것만 같이 무기력하다.
교육학에서 아이들에게 높은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가르치라라는 말이 있다. 좋은 옷, 좋은 신발 신고, 해외여행 보내주는 것만이 밝고 자신감있는 아이들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뿌리가 긍정적인 역사를 담고 있든, 부정적이고 슬픈 히스토리가 담겼든, 그 아이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배경속에서 태어났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너희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까지, 대한민국이 지금의 모습으로 일어서기까지 우리 증조 할머니는 일제 식민 치하에서 하늘이 무너지고, 나라를 빼앗기는 서러움을 겪었고, 우리 할머니 세대들은 6.25 전쟁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에서부터 시작했고, 우리 아버지 세대는 눈물겨운 한강의 기적을, 그리고 너희 아버지 세대는 우리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자유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지금의 너희는 그들의 희생과 눈물로 쌓아올린 시간속에 세계 속에 우뚝 선 자랑스런 대한민국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편협하고 우울한, 그리고 사회주의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담은 듯한 지금의 사회교과서는 아이들에게 내미는 일그러진 거울과 같다. 그 거울로 보면 자신의 모습이 일그러져 보이게 마련이다.
대한민국이 짧은 기간 이룬 위대한 역사의 발자취와 선조들의 피땀어린 숨결을 전할 수 있는 따뜻하고도 냉철한 목소리가 우리에겐 필요했다.
교육이란 단순한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진취적인 발돋움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대한민국 사회교과서’는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이러한 일그러진 역사관의 폐해를 직접 보고 듣는 전현직 교사와 교수 등 연구진들이 의기투합하여 수년간의 작업 끝에 이번 2024년 9월 초판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사회교과서’는 대한민국 청소년과 교육계에 내미는 맑고 밝은 거울과도 같다.
이런 왜곡되고 암울한 역사해석, 사회주의적 관점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서구 자유주의 문명의 시발점이 된 천부인권 사상에서 ‘개인’의 정의로부터 시작하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체제의 원리와 자유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명확한 인식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왜곡된 용어들을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며 백과사전처럼 올바른 개념과 정의를 차곡차곡 쌓으며, 동시에 주제별, 시기별로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볼 수 있는 통시적 관점을 담고 있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 사회학적 용어를 설명하기보다 이런 근본적인 개념과 관점을 풀어내고, 또한 각 개념들을 모아 날실과 씨실처럼 엮어내어 대한민국의 역사와 성장과정을 설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담아낸 집필진들의 노고와 실력에 감탄을 보낸다.
‘대한민국 사회교과서’는 비단 중고등학생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글 속에 소위 국뽕을 심고자 감정적이지도, 선동적이지도 않다.
대한민국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논리적이고도 학구적인 이론과 관점들을 녹여내는 교과서다운 문체는 독자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풍성한 레퍼런스와 군더더기 없는 담백하고 심플한 설명에 신뢰가 간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역사, 사회, 경제, 문화 등 통합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 사회를 돌아볼 수 있다.
바른 지식은 영혼을 바르게 세운다. 지금 이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성인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주는 지성과 영성의 진수성찬과 같을 것이며, 자신의 삶이 이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대학생들과 청년들에게는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통찰력과 자신감을 줄 것이다.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대한민국과 미래세대가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에 한 줄기 밝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